<기자수첩> 지구멸망에 관한 단상

사람이 살아가면서 듣는 얘기 가운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어를 들라면 단연 ‘전쟁’ 또는 ‘종말’과 같은 ‘생명의 끝’과 관련된 단어들일 것이다. 이들 단어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에 있어서는 더욱 솔깃할 수 밖에 없다.

한때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언으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더니만 이번에는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으로 또 한번 혼란에 빠지게 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을 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종교인이라는 점과 더욱이 그러한 예언들이 예외없이 빗나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그 같은 주장을 하고 그러한 근거를 어디서 찾았을까.

당연히 ‘성경’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전쟁을 예언했던 자칭 선지자라 말하는 홍 모씨는 “3월 26일 주님이 메시지를 주셨다. 한국에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목회자의 75~85%는 회개하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것이다. 대한민국에 종북 세력이 많고 심지어 청와대와 국방부 고위직에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들을 해고해야 한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12월에 남북에 전면전이 일어날 것이다. 전쟁은 5개월 지속될 것인데 나의 기도로 1~2개월 감면받았다.”고 했다.

2010년 7월 케냐 출신 선교사 데이비드 오워도 “대한민국의 죄가 커서 그 해가 가기 전에 남북한 쌍방이 미사일로 공격하는 제2차 한국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구종말’을 예언한 크리스 맥캔 교주는 “하나님은 첫 지구를 노아 시대에 물과 홍수로 멸하셨다. 하지만 물로써 반복하시지 않는 대신 베드로후서 3장 말씀대로 (10월 7일) 불로 하실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그는 ‘핏빛 붉은 달’(super moon) 징조삼아 “성경에 의하면 10월 7일은 온 세상이 사라져버리는 하나님이 말씀하신 그 날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 교주는 2011년 5월 21일에도 같은 종말이 올 것이라고 예언했으나 이 역시 빗나갔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말들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어도 무언가 잃어버린듯한 허무함을 달랠 수 없다보니 자신만의 특별한 것을 만들어 자신의 위치를 격상시켜야  하는데 딱히 그런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쓰레기만도 못한 유언비어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그러한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말을 한 사람이야 그렇다쳐도 그러한 말을 믿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그냥 치기어린 마음에 한번 내 뱉었을 뿐인데 그 말을 그토록 신봉할 줄은 몰랐다는 쾌감을 느낀 그들은 계속해서 또 다른 헛소리를 만들어 내곤 한다.

결국 그 말을 사실인양 받아들인 사람들은 더 안전한 곳으로 도망을 가기도 한다. 뛰어봐야 지구 안인데도 말이다.

사람의 모습이 이렇다. 바람만 조금 세게 불어도 불안감을 떨쳐 버리지 못하며 땅이 조금만 흔들려도 도망가기에 바쁘다.

상황이 이러하니 누가 조금만 겁을 주는듯한 말 한마디만 내 뱉으면 마치 자신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허둥지둥 갈팡질팡 심할 경우 목불인견의 수준까지 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처벌을 하여 더 이상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딱히 그들을 응징할만한 바탕이 없으니 이 또한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러한 말을 하는 사람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며 어차피 얼마간의 삶을 살다 흙 속으로 돌아게게 되어 있다.

아니, 어찌보면 그러한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불행하고 불안하며 실패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진정 당당하고 행복하다면 정신병자들이나 하는 그런 말들을 왜 퍼뜨리겠는가.

지금 우리는 예측불가능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분명한 자기정체성을 지닐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구멸망의 날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유명 여성 점성술사로 알려진 진 딕슨은 지난 1971년 자신의 책 ‘영광으로의 부름’에서 2020~2037년 사이 지구가 망할 것이라고 예고해 놓았다.

캘리포니아의 켄턴 비쇼어 카일 목사(마리너교회) 역시 2021~2028년 사이 “예수가 2021년 무렵쯤 오실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그 후에는 7년간의 대환란이 오고 그 후에는 예수의 새 왕국이 세워진다” 주장했다.

이외에도 국제메시아재단(MFI)은 “2026년 소행성 하나가 지구와 충돌하여 멸망시킬 것”이라느니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아이작 뉴턴 역시 “2060년에 지구가 5번째로 종결될 것”이라고 주장을 늘어 놓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어느 누구도 ‘종말’ 과 같은 지구멸망(심판)에 관한 예언은 할 수도 능력도 없다. 모두가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예수님도 “때는 오직 아버지의 소관이며 그 날은 천사도 인자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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