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

4대 유흥식 라자로 주교

2016년 성탄 메시지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

사랑하는 대전교구 자매, 형제 여러분!

주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사랑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모든 은총과 진리가 그분을 통해서 왔습니다. 그분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여러분과 가정에 아기예수님의 사랑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우리 함께 주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기쁜 인사를 나눕시다. 우리 교회는 올 한 해 동안 ‘자비의 특별 희년’을 지내며 참회와 용서 가운데 신앙의 은총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놀라운 자비의 하느님을 만나면서 용서의 신비는 죄의 인정에서 시작됨을 깨달았습니다. 이 신비가 교회의 소명인 복음화의 횃불을 밝혀 주었습니다. 자비의 해를 지내며 성탄의 기쁨 속에 우리를 구원으로 불러주신 하느님의 신비와 은총을 기억합니다. 이 기쁨은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 불의를 거슬러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신하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그러나 기뻐하는 우리 주변에는 분노와 허탈감에 시달리며 우리 관심에서 소외된 형제, 자매들이 많습니다. 전쟁과 질병의 고통, 가난과 마음의 상처, 실직 등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어 내는 이웃, 형제, 자매들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모든 이들을 위해서 탄생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를 통하여 그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손길로 체험되기를 기도합니다. 이를 위해 오늘의 교회와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를 증거하는 삶의 길을 앞장서서 걸어가야 합니다.

죄악과 범죄가 넘치는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증거하는 일은 순교자의 자세를 요구합니다. 오늘의 사회는 편법과 이기심, 물질적 성공에 인생의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맞서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세속적 가치에 맞서 우리가 일으키는 마찰은 작은 불씨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 작은 불씨가 들불이 되어 암흑 같은 세상이 나가야 할 길을 밝힙니다.

2016년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빛의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촛불이 밝혀진 거리의 평화적인 집회에서 이 어둠을 이기고 마침내 빛을 보리라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가느다란 촛불이 모여 개인적 이익과 당리당략을 계산하려던 정치인들의 결정을 바꾸었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향해 성숙한 일보전진을 일구어냈습니다. 이는 어둠을 밝히려는 빛의 힘이었습니다.

역사에는 암흑기가 있었습니다. 그 암흑기에 교회와 세상을 바꾼 것은 신학자의 빼어난 설교도, 십자군 전쟁을 지휘한 전략도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빛을 발한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온전하게 구현한 수도자와 순교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가난한 마음으로 예수님께 다가가고, 그 일치 안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하였습니다. 사랑의 삶이 작은 빛이 되어 굳은 마음을 보듬고 자신의 가슴을 치는 회심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사랑의 촛불은 마침내 들불이 되어 부패한 교회와 사회를 정화하였습니다. 겸손한 섬김의 삶은 왜곡되고 갇힌 정의의 물꼬를 텄으며, 사랑의 실천으로 피어난 작은 불빛이 그리스도의 정신을 쇄신하고 인류의 죄악을 환히 비추었습니다. 이것이 빛의 신비입니다.

온전한 빛, 진리, 사랑, 선은 하느님 자신입니다. 하느님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완전한 선에 이를 수 없습니다. 이 간극을 메우고 구원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주신 분은 하느님 자신이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인류를 위해 오늘 탄생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완전한 사랑과 진리의 빛을 봅니다. 이 빛은 우리에게 온갖 유혹을 이기고 선과 정의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그리하여 우리 그리스도인은 변화된 자신의 삶을 통해 구원을 선포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이 세상 곳곳에서 증거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초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기도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끊임없이 말씀을 기도하고 묵상하며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삶을 통하여 우리 안에 불을 지피시는 성령을 만납니다. 우리가 발하는 빛은 이기심과 죄를 불사르고 참회하며 변화되는 용기입니다. 그 빛은 세상의 촛불과 똑같이 빛나지만, 훨씬 근원적이며 참된 빛을 발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온갖 악과 아전인수의 모략이 판치는 현 사태를 지혜롭게 식별하고,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과 역사를 올바르게 이끌어 주시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완전한 사랑이시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는 우리 모두 위에 내리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스도의 빛이 세상의 어둠을 물리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올바른 길을 인도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느님 뜻에 온전히 순종하신 신앙의 모범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한국의 모든 순교자여, 우리나라와 교회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6년 성탄절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흥식 라자로

4대 유흥식 라자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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