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아이러니(irony)는 우리 말로 모순 또는 역설 쯤으로 해석되는 단어다. 
제주도에는 유명한 관광지중의 하나로 신비의도로(또는 도깨비도로)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내리막 도로에 차를 세우고 기어를 중립에 놓으면 자동차가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자동차가 올라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과학적으로는 착시효과라고 설명하기도 하는 데 어찌되었든 우리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자연지형에서만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보다. 어제(10월 29일)는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 시대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는 형사사건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 형사사건이란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이 선고되어 최종 확정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법원은 다스의 주인은 자신이 절대 아니라는 이명박 전대통령에게 다스의 주인은 이명박 전대통령이라는 확정을 해준 것이다. 매출이 수조원에 이르는 중견 자동차부품회사에 대하여 주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명박 전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의 대법원은 그 수조원 매출의 회사를 공짜로 기부해 주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다스는 어떻게 이명박의 소유가 된 것일까?
다스는 이명박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와 이명박의 형 이상은씨가 주주로 되어 있는 회사였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에 카씨트를 납품하는 회사로 매출은 수조원에 이르며 그 자산가치도 200억이 훨씬 넘는 회사이다. 

포항제철로부터 헐값에 매수했던 도곡동땅은 실제로 이명박이 부동산소유주라고 세상에 알려져 있었으나, 그 땅의 등기명의는 이명박이 아닌 처남 김재정의 명의로 신탁등기 되어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그 도곡동땅의 매각대금이 다스로 흘러들어 갔을 때부터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사회적 논란이 시작되었다. 이명박은 자신의 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었으나 그 땅의 매각대금은 사실상 이명박이 마음대로 운용하고 사용하고 수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스는 이 도곡동땅 매각대금 중 일부인 190억원을 BBK에 투자하게 된다. 당시 BBK는 아주 작은 회사였고 당시 대표이사이던 김경준은 한국에 들어온지 3개월밖에 되지 않는 미국시민권자로서 그의 유일한 한국내 연줄은 이명박밖에 없었고, 다스로부터 190억원을 투자받을 만한 능력도 되지 않는 회사였다. 이러한 김경준이 이명박과 LKe뱅크를 설립하게 되고 이 회사가 결국은 광은투자캐피탈을 인수해 옵셔널벤쳐스코리아로 회사명을 개명한 후 결국은 이 회사의 주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380억원을 횡령하여 김경준이 미국으로 도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주가조작으로 인하여 옵셔널벤쳐스 주식에 재산을 투자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앉게되고 생활이 나락에 빠지는 고통을 감수하게 되고 만다.

나중에 김경준은 여러 사정속에 귀국하여 10년 형을 받고 형기를 마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명박은 LKe뱅크 대표이사 명함을 타인에게 교부하며 사업확장에 나서기도 하였고 대학교 강연에 초빙을 받아 진행한 강연에서는 ‘BBK를 설립했다’는 발언을 직접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발언이 나중에 공개되자 당시 이명박을 옹호하던 나경원의원은 “내가” 설립했다고 말한 “주어가 없다”는 식의 억지 변명을 하여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하였다. 결국 이러한 이명박의 억지 방어논리과 당시 BBK 정호영특검의 무혐의 처분에 당당히 호위를 받으며 이명박은 형사처벌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었고 결국에는 대통령의 지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시 “다스는 누구겁니까”라는 세찬 시민들의 운동이 거센 폭풍우가 되어 이명박은 기소가 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가 아무리 대단한 변호사에게 소송대리를 위임하고 아무리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이려 들어도 결국에는 이명박의 거짓은 만천하에 드러나고 만 것이다. 심지어 김경준이 스위스은행에 빼돌려 숨겨놓은 140억원이 다스 돈이니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미국법정을 통해 진행하고 그 변호사비용 수십억원까지도 삼성에게 대신 지불하게 하였다는 사실도 밝혀져 뇌물죄로 기소되기도 하였다.

이명박이 다스 명의로 미국법정에서 진행한 민사소송마저 김경준에게 패소로 결정났음에도 불구하고 김경준의 사면을 협상카드로 하여 김경준의 누나인 에리카 김을 통해 그 140억원 마저 결국에는 반환받는 치밀함과 꼼꼼함은 세상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는 참으로 험악하고 안타깝게 종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스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온 이명박에게 대한민국의 대법원은 거대한 재산을 거저 주는 행운을 안겨주면서 아이러니하게 그 재산으로 말미암아 말년에 17년을 감옥에서 형을 살도록 조치하였다.

다스라는 굴지의 중견기업을 재산으로 얻고 그 댓가로 신체의 자유를 구속당한 이명박의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삶이 아이러니라는 교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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