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겨울
최 주철
화해하자며 새판 붙은 것처럼
요란하게 저물어 가는 가을 저녁
그 사람과 손도 잡지 않고 밤새웠는데
남 같지 않은 늦가을 아침에
여고생을 못 잊어
낙엽 진 길을 지그시 걸어 보고
그래도 내 집 왔는데
이것 한 사발씩 해야 지며
건네는 낙엽 한 줌을
비록 술은 팔아도
몸 베리고 싶지는 않다는 아낙처럼
찬찬히 딩구는 그녀들
벽에 기대어 사람들 떠난 입구를 바라보듯 하늘만 바라보다가
아이고 어쩌거나 어쩌거나
계절이 벌써 이렇게 됐네.
최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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